2008년 06월 03일
페미니스트 선언 -나는 선언한다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사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초짜지만. 하지만 분명 전 여성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의 불의에 대해 저항하고 있으며,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해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 당당한 한 사람의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싶군요.
며칠 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식 인터뷰에 대한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 조사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페미니스트에 대해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총여학생회와 페미니스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적개심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군요. 재작년 총여학생회 선본에서 내세운 '레즈비언 인권운동' 에 대한 슬로건에 대해 엄마 쟤 뭐야 무서워 라는 반응을 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 할 수록, 사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면 알수록 내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너무 힘들었고 그것을 해결해 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다다른 결론은 결국 페미니즘밖에 없었습니다.
폭력적이지 않고, 기존 질서를 뒤엎지 않아도 되는 혁명. 그것은 아마 여성들만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들 중에서도 과격한 사람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의 가장 지긋지긋한 점이 바로 저 '모든 걸 다 뒤엎고 없애버리고 말살해 버린 뒤 우리들의 이상향을 건설하자' 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기존 사회에서 괴로움을 겪는 소수자들을 존중하면서 사회를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키자는 페미니즘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시 발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 포스팅을 하게 한 주요한 이유이기도 한데,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잘못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았던 몇 가지.
못생겼다
남자가 없다
꾸밀 줄 모른다
신경질적이다
노처녀다
아무튼 재수없다
뭐 이런 거.... 많은사람들이 공감할 듯. 꾸밀 줄 모르고 못생기고 신경질적이라 남자친구가 없고 그래서 재수없는 노처녀가 된다는 말이군요-_-;;;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을 만났습니다. 당신의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일수도 있고 여동생이나 누나가 페미니스트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모든 여성들이 페미니스트일 수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뿐 이 사회의 모든 여성들은 페미니스트입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자각하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사랑하며, 여성으로 겪는 불편함에 대해 느끼고 있는 모든 여성들은 잠재적인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대 신경질적이고 논쟁적이고 꾸미지 않는 여자들만이 페미니스트인 것이 아닙니다.
몇 년 전, 입학하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학교 총여학생회 후보로 굉장히 예쁜 여자 선배가 입후보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선배는 '저는 옷 사는 것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스스로 예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전 페미니스트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스도 이렇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전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그 이유는 예쁜 옷을 입고 싶기 때문이고, 예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하고, 때론 교활하게 여성이라는 것을 이용하기도 하며, 남자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페미니스트입니다. 예쁜 여자는 페미니스트 하면 안 됩니까?(물론 스스로 예쁘다는게 아니라;;;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예쁜' 여자입니다 ㅈㅅㅈㅅ)
그리고 제가 아는 친한 언니들,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언니들 대부분 굉장히 예쁜 언니들입니다. 아름답고, 강하고, 자신감있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예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들도 모두 페미니스트입니다.
페미니즘은 골방에서 우중충한 노처녀 몇 명이 모여서 담론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카페에, 술집에, 학교에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은 남자들을 배척하고 응징하는 사상이 아닙니다. 그들과 그녀들이 모두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자는 담론입니다.
한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 by | 2008/06/03 17:25 | rouge foret | 트랙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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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만국의 소수자여 단결하라
페미니스트 선언 -나는 선언한다 - 아스네서 트랙백.아스가 드디어 커밍아웃(!)을 했다. (혹시 아나? 나부터 시작해서 트랙백에 트랙백을 거듭하면 여성 블로거들의 페미니즘 선언이 이어질 수 있을지)난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부를 수 있을만한 내공과 문제의식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그러나, 아스 말대로 여성이라면, 자신이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혹은 스스로 긍정하든 그렇지 않든, 모두 페미니스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more
당당한여성의모습이 아름다운것같아요u// u
공감되는 내용!!
생각만 하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여하튼 참 반가운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만국의 소수자여 단결하라!
한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다가 얼어죽은 여자는 순직임으로 국립묘지로 보내야 한다!!!
라고 주장하시며 살고 계시지요;;;
페미니즘 자체는 무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우월주의나 순간순간 필요에의한 역차별이 문제라고 생각하지요
전 페미니즘을 이용하여 좋은 건 여자들이 다 나쁜건 남자들이 다! 라고 주장하면서 꼴갑떠는 여자들이 싫어요...ㅠㅠ 굉장한 마초들만큼 싫어요 ㅠㅠ
하지만 페미니즘이 기본적으로 고정화된 성역할과 젠더 불평등을 거부하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과 노동자,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인권을 추구하는 운동이라고 볼 때,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하는 건 다양성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페미니스트 중 잘 꾸미고 외모가 예쁜 여성들이 있듯, 기존 방식대로 페미니즘 운동을 해온 분들에 대한 인정과 존중 역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의도하신 바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아스님의 글에서 그 기존 방식에 대한 모종의 폄하가 드러나는 것 같아 좀 아쉬웠어요. ‘신경질적, 논쟁적, 꾸미지 않는, 골방, 우중충한 노처녀’ 등의 용어에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졌거든요.
사실 저는 언급하신 그 단어들이 이 척박한 한국사회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끌고 온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신경질적’인 여성=문제의식이 발달한 여성, ‘논쟁적’인 여성=소신이 뚜렷한 여성, ‘꾸미지 않는’ 여성=‘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가부장제의 통념을 배짱있게 거부한 여성, '우중충한 노처녀'='비혼'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여성...으로 치환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구요, 이런 여성들이 왜 비아냥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온갖 멸시와 조롱을 감수하며 기꺼이 선봉장을 맡아온 그 분들에게 이제는 우리 여성들이라도 박수를 보내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 이 분들의 노고에 수혜를 입고 있는 소극적 페미니스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아스님이 좋지 않은 의도로 쓰신 글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 아스님의 무의식에 또다른 형태의 편견이 내재된 건 아닐까 하는 우려에 오지랖 넓게 주절거려 봤습니다. 앞으로 아스님이 여성주의를 공부하시고 고민해가시는 데 그런 편견이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아무쪼록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의견의 차이가 감정의 영역으로 확대되면 소통은 불가능하겠죠, 라고 말씀드리면 괜히 더 기분 나쁘실까요? ^^;
제가 쓴 글에 대해 몇 가지 지적을 해 주셨는데, 제가 문장력이 부족해서인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뱀발을 좀 달아 봅니다.
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사실 뭐가 전통적인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어떻다 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의 페미니스트 친구들도 전혀 꾸미고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왜냐하면 화장하고 작은 신발을 신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나름 보람차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귀찮고 힘들잖아요? 그런게 싫고 자신의 내면의 미를 찾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단어는 그녀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으로 본 '대상으로서의 여성' 들을 말한거였죠. 설마 제가 꾸미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과거의 유물이며 부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녀들을 비아냥거리겠어요? ㅎㅎㅎ
제가 윗 글에서 언급한 아름다운 여성들은 비단 얼굴이 예쁜 여성, 잘 꾸미고 다니는 여성이 아닙니다. 사실 저도 사회적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아름다운 얼굴은 전혀 아닌데 그렇게 말하진 않겠지요. 아름다운 여성이란 내면과 외면의 조화가 드러나 저절로 '아름답다' 라는 말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형을 해서 아름다워지든(사실 전 성형미인은 별로입니다만 ㅋ) 명상을 해서 아름다워지든 모든 여성은 아름답고, 그런 뜻으로 쓴 것이예요. 억압적인 시선으로 그녀들을 보았을때 연예인처럼 예쁘지 않다고 하여도 제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녀들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무진님과 저와 약간 의사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네요. 사실 댓글을 읽고나서 무슨 소린가 제가 쓴 글을 한참 읽어 보았답니다. 거진 1년 전의 글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제가 혹시라도 페미니스트를 신경질적이고 논쟁적이다 뭐 이런식으로 적었나 싶어서요. 제가 그런 단어를 언급한 것은 그것이 기득권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단락까지 나눠가며 열거했잖아요 깜짝 놀랐다고 ^^;;;
그래도 어쨌든 곰곰히 생각해 보며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런 생각을 해 왔나 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해가 풀리셨으면 좋겠군요. 앞으로 종종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